loading

갑자기 베란다에 물바다가 생겼던 그날의 기억

어제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뭔가 눅눅한 냄새가 확 올라오길래 ‘어? 뭐지?’ 싶어 베란다 쪽으로 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처음에는 어디서 비가 새나 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귀뚜라미 보일러 아래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멍해졌다. 작년 겨울에도 한번 말썽을 부려서 애를 먹였는데, 또 이러니까 짜증이 확 밀려왔다. 보일러 수명이 보통 10년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우리 집 건 벌써 그 언저리에 도달한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걸 고쳐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 교체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다.

엉망이 된 베란다와 급한 마음

일단 물부터 닦아내야겠다는 생각에 걸레를 가져와서 닦기 시작했다. 물을 닦으면서 보일러 몸통을 훑어봤는데, 어디서 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경동나비엔 보일러 쓰는 친구가 겪었던 문제랑은 또 다른 느낌이라 더 답답했다. 친구는 밸브 쪽이 문제라 금방 고쳤다고 했는데, 내껀 뭔가 더 깊숙한 곳에서 새는 것 같아 불안했다. 사실 보일러 교체 비용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 80만 원에서 100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무턱대고 새 걸로 바꾸자니 겁부터 났다. 그렇다고 계속 물이 새는 상태로 두면 아랫집에 피해라도 갈까 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고객센터 연결까지의 지난한 과정

귀뚜라미보일러 고객센터 1588-9000번으로 전화를 걸었다. 다들 예상하겠지만 연결이 참 안 된다. 상담원 목소리를 듣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렸다. ‘지금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전화를 붙들고 서 있으려니 다리도 아프고,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상담원 연결이 됐을 때는 이미 기운이 다 빠진 상태였다. 서비스 기사님 방문 일정을 잡는데, 당장은 어렵고 이틀 뒤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이틀 동안 보일러를 끄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계속 물을 받아가며 써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구독 서비스와 렌탈에 대한 생각

기다리는 동안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요즘은 ‘따숨케어’ 같은 렌탈 서비스도 많다고 하더라. 5년이나 8년 약정으로 하면 매달 비용을 내고 정기 점검을 받을 수 있다던데, 과연 그게 현명한 선택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번에 큰돈 나가는 건 막을 수 있겠지만, 결국 총액을 따져보면 비싼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는 그냥 대성이나 경동나비엔으로 아예 새로 설치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소리도 한다. 하지만 또 막상 사람 불러서 설치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 망설여진다. 냉난방 솔루션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이름들보다 지금 당장 내 베란다 바닥의 물기가 마르는 게 더 시급한 문제인데 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

기사님이 오셔서 점검을 받긴 했는데, 부품 문제라고 하셨다. 수리비가 생각보다 꽤 나와서 속이 쓰렸다. 이 돈이면 차라리 새 보일러로 바꾸는 게 나았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조금 더 버티다 완전히 고장 나면 교체하는 게 맞았나 싶기도 하고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보일러라는 게 참 묘하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고 살다가, 이렇게 한번 고장 나면 생활 전체가 마비되는 기분이다. 수리를 마쳤는데도 아직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남아있다. 또다시 물이 새지는 않을지, 며칠 뒤에 다시 베란다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 찜찜한 기분은 언제쯤 사라질지 모르겠다. 보일러 교체나 수리라는 게 딱 정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각자의 상황에서 적당히 불편을 감수하며 사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갑자기 베란다에 물바다가 생겼던 그날의 기억”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