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세수를 하려고 보니 온수가 전혀 나오질 않더군요. 평소에는 그냥저냥 잘 작동하던 놈이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니까 바로 티를 내네요. 10년 넘게 쓴 보일러라 사실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지만 하필 이런 날에 말입니다. 급한 마음에 귀뚜라미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나 대기 인원이 많다고 연결음만 한참 들었습니다. 아침 8시 반에 시작된 전화가 거의 10분 넘게 이어지니 슬슬 짜증이 올라오더라고요.
대리점 연락과 보일러 모델 고민
결국 울산 근처에 있는 대리점 번호를 찾아서 직접 전화를 돌렸습니다. 상담원 연결보다는 훨씬 빠르더군요. 사장님인지 직원분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방문해도 수리보다는 교체가 나을 것 같다는 말을 먼저 꺼내시네요. 수리비랑 출장비 2만 원씩 꼬박꼬박 내면서 고쳐봤자, 며칠 뒤에 다른 부품이 나갈 거라는 뻔한 소리였지만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해서 그냥 새로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경동나비엔이랑 귀뚜라미 중에서 고민했는데, 그냥 기존에 쓰던 브랜드가 익숙해서 별생각 없이 귀뚜라미로 골랐습니다. 모델명은 대충 사장님이 추천해 주시는 걸로 했는데, 설치비까지 포함해서 80만 원 중반대로 결정되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가스보일러 가격이 다 나와 있어서 대충 얼마 정도 할지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결제하려니 손이 조금 떨리더군요.
설치 당일의 어수선한 현장
오후 2시에 기사님이 오시기로 했는데, 조금 늦어서 3시쯤 도착하셨습니다. 아파트 복도식이라 현관문 앞에 짐을 좀 쌓아두었는데, 그걸 다 치워야 설치가 가능하다고 해서 급하게 베란다로 옮기느라 땀을 좀 뺐습니다. 보일러 본체 무게가 생각보다 엄청나더라고요. 기사님이 능숙하게 기존 보일러를 떼어내는데, 뒤쪽에 곰팡이랑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배관 연결 부위도 많이 삭았다고 하시면서 이걸 그냥 두면 나중에 누수 걱정 있다고 하시길래, 하는 김에 같이 손봐달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추가 비용이 붙었죠. 애초에 생각했던 예산보다 조금 더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설치 도중에 가스 검지기로 계속 확인하시는데, 삐- 삐- 소리가 들릴 때마다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닌가 괜히 옆에서 서성거리게 되더군요.
조절기 사용법과 여전한 의구심
설치가 다 끝나고 조절기를 새로 달았는데, 예전 모델이랑 다르게 화면이 좀 더 커졌습니다. 디자인은 깔끔해서 괜찮은데, 온도 설정하는 게 예전 습관이랑 좀 달라서 적응이 안 되네요. 기사님이 몇 번 설명해 주시고 가셨는데, 왠지 나중에 추워지면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난방 모드도 여러 개 있는데 사실 그냥 실내 온도 조절만 잘 되면 장땡 아닐까 싶거든요. 아파트 보일러 교체라는 게 거창한 공사는 아니어도 집에 외부인이 들어와서 반나절 동안 뚝딱거리는 일이라, 끝난 뒤에도 뭔가 어색한 기분이 가시질 않습니다.
며칠 써보고 나서 드는 생각
교체하고 나서 이틀 정도 지났는데 확실히 온수는 잘 나옵니다. 예전에는 물 틀어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미지근한 물이 나왔는데, 지금은 체감상 훨씬 빠르긴 하네요. 그런데 이게 정말 기계 덕분인지 아니면 단순히 날씨가 좀 풀려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200L 전기온수기 같은 걸 따로 달까도 잠시 생각했었는데, 그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전기세도 만만치 않다고 해서 관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더 비싼 모델로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더 싼 시기에 할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보일러 수명이 보통 10년이라고들 하는데, 이번에 바꾼 것도 그때쯤 되면 또 골칫거리가 되겠죠. 아마 그때쯤엔 스마트폰으로 다 제어하는 더 복잡한 모델이 나와 있을 것 같네요. 당분간은 고장 안 나고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보일러가 갑자기 고장나서 그런지, 전기온수기 따로 설치하는 것도 잠시 생각했던 걸 보니 200L 보일러도 고려해볼 문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