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넓히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복도식 23평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고민했던 게 거실 베란다 확장이었다. 그냥 벽 하나 허물고 창문 달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일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난방이 제일 큰 문제였다. 베란다 쪽 바닥은 당연히 차가우니까 확장하면 바닥 아래로 보일러 배관을 새로 깔아야 한다고 했다. 엑셀파이프를 깔고 그 위에 시멘트 미장을 하는 습식 방식이 정석이라고 들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공사 기간도 길어지는 게 문제였다. 대략적인 견적을 받아보니 확장비용만으로도 예산의 절반이 날아갈 기세였고, 무엇보다 바닥을 다 파내고 다시 덮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음과 폐기물 처리가 너무 걱정됐다.
엑셀파이프랑 건식 온수 난방 사이에서
결국 습식으로 가느냐, 아니면 요즘 많이 한다는 건식 온수 난방으로 가느냐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건식은 EPDM 호스 같은 걸 얇은 판 위에 깔고 그 위에 마감재를 바로 올리는 방식인데, 이게 공사 시간은 정말 짧다. 하루 이틀이면 끝나니까 인건비도 확실히 줄어든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예전 방식의 습식 미장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그래도 시멘트로 꽉 채워야 열기가 오래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업체 사장님은 전기온돌강화마루도 방법이라고 했는데, 이건 또 나중에 고장 나면 교체하는 게 일일 것 같아 패스했다. 결국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기분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소소한 난관들
공사가 시작되니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터져 나왔다. 원래 보일러 배관을 연장하려고 바닥을 깠는데, 기존 바닥 레벨이 생각보다 낮아서 단열재를 제대로 넣기가 애매했다. 단열을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결로가 생긴다고 해서, 얇은 단열재를 겹겹이 쌓는 식으로 겨우 타협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 23평짜리 작은 집이라 보관할 곳도 없어서 짐을 다 밖으로 빼느라 고생했는데, 정작 바닥 미장을 하고 나서 양생되는 동안 며칠을 꼼짝없이 방치해야 했다. 기름보일러에서 도시가스로 바꾼 지 얼마 안 된 집이라 배관 연결 부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오후 내내 시간을 보냈다.
비용과 결과 사이의 미묘한 온도 차이
결국 공사를 마치고 나니 거실은 확실히 넓어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베란다 쪽 바닥이 뜨끈뜨끈하게 올라오지는 않는다. 예전 거실 쪽은 아주 따뜻한데, 확장한 베란다 구역은 딱 ‘미지근하다’ 정도랄까. 이게 단열 문제인지, 아니면 배관 길이가 길어져서 순환이 잘 안 되는 건지 확실히 모르겠다. 돈은 돈대로 들어갔는데, 묘하게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다. 다음에 또 이런 공사를 하게 된다면 차라리 난방을 포기하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끝나고 나니 남는 불확실함
공사가 마무리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거실 확장을 한 덕분에 집이 탁 트여 보이는 건 만족스럽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 확장한 창가 쪽에서 미세하게 한기가 느껴진다. 벽 단열을 좀 더 두껍게 할 걸 그랬나, 아니면 난방 배관을 좀 더 촘촘하게 깔아달라고 고집을 부려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는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 업체에서는 정석대로 했다고 하지만,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또 다르니까. 아마 이 집에서 나갈 때까지 이 미지근한 베란다 바닥과 함께 살아야 할 것 같다.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내 욕심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얇은 단열재를 겹겹이 쌓는 방식, 정말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하셨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럴 때 꼼꼼하게 단열재를 챙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