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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보일러 떼어내고 히트펌프 달던 날의 묘한 기분

기름값 고지서 볼 때마다 한숨 쉬던 시절

매년 겨울마다 등유 배달 아저씨 전화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기름값이 이 정도로 비싸진 않아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눈 오는 날 기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더군요. 마당에 있는 기름탱크를 볼 때마다 ‘이걸 언제까지 써야 하나’ 싶었습니다. 주변 단독주택 사는 분들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정부에서 난방 전기화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등유 보일러를 공기열 히트펌프로 바꾸면 온실가스도 줄고 에너지 비용도 아낄 수 있다길래,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넣었습니다.

덩치 큰 실외기가 마당을 차지했을 때

설치 당일, 기사님들이 오셔서 기존 기름보일러를 철거하는데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LG 써마브이 히트펌프 보일러 실외기 덩치가 정말 크더군요.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보던 에어컨 실외기랑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우리 집 마당 한구석이 꽉 차버리니 살짝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같이 설치했던 태양광 접속반이며 배선 작업이 길어지면서 오후 늦게까지 집 안팎이 어수선했죠. 비용은 보조금을 받아서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그래도 수백만 원 단위가 오가는 공사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공기열 방식이 투입 전력 대비 효율이 4~5배 나온다고는 하던데, 당장 눈에 보이는 건 전신주에서 들어오는 전기선이 좀 더 굵어진 것 같은 느낌뿐이었습니다.

겨울 한파에 히트펌프는 잘 버틸까

사실 설치 직후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예전에 쓰던 LG 건조기도 겨울철에는 건조 시간이 길어지곤 했는데, 히트펌프 방식 보일러도 똑같이 외부 공기를 이용하는 거라 그런가 싶어서요. 영하로 뚝 떨어지는 날엔 온수가 잘 나올지, 방이 예전만큼 뜨끈뜨끈해질지 궁금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자연적인 공기 온도가 낮아지면 기계가 힘들어하는 건 당연한 물리법칙이니까요. 설치한 지 이제 몇 달 되어가는데, 실내 온도 조절기를 눌러놓으면 예전 기름보일러처럼 확 달아오르기보다는 은근하게 데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이게 따뜻한 건지 만 건지 헷갈렸는데, 생활해보니 공기 자체가 건조하지 않아서 나름대로의 장점은 있더군요.

여전히 궁금한 전기요금 고지서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전기요금 고지서를 몇 번 받아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진세 걱정 때문에 태양광 설치도 같이 고민했지만, 일단은 히트펌프만 교체해둔 상태입니다. 어떤 달은 기름값이랑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확실히 절약되는 것 같기도 해서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누군가는 삼성 EHS 히트펌프가 더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엘지 써마브이가 사후 관리가 편하다는 이야기도 해서 설치 전에는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막상 설치하고 나니 기계 자체의 성능보다는 내가 우리 집 환경에 맞는 설정을 제대로 찾아서 쓰고 있는지 그게 더 고민이 되네요.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난방 라이프

기름 냄새 안 나고 주기적으로 탱크 채우러 배달 기사님과 시간 맞출 필요 없다는 것 하나는 정말 편합니다. 하지만 스마트싱스 앱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면서도 ‘진짜 이게 더 경제적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히트펌프가 만능은 아닐 테니까요. 그냥 예전의 화석연료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한겨울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밤에 실외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고생 많다’ 싶기도 하고 ‘내일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까’ 걱정도 됩니다. 아마 다음 달 고지서를 받아보고 나면 이 불안함도 조금은 해소되거나, 아니면 더 커지거나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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