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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실에 물이 고여서 급하게 사람을 불렀던 날

갑자기 보일러실 바닥이 흥건해졌다

며칠 전 아침에 세탁기를 돌리러 뒷베란다로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보일러실 바닥이 온통 물바다였다. 그냥 맺힌 수준이 아니라 발을 딛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물이 흥건하게 차 있었다. 처음에는 세탁기 배수 호스가 빠졌나 싶어 살펴봤는데 아니었다. 보일러 본체 아래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귀농해서 시골집에 산 지 9년 차가 되었는데도 이런 일이 생기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이었는데, 이제는 뭐든 내 손으로 직접 원인을 찾거나 사람을 불러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겁게 다가왔다.

동네 설비 사장님과의 시간

지인에게 물어물어 동네에서 꽤 오래 설비 일을 하신다는 사장님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근처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계셨는지 한 시간 뒤쯤 도착하셨다. 처음에는 그냥 연결 부위가 헐거워졌나 싶었는데, 막상 뜯어보니 내부 밸브 쪽 부품이 노후돼서 문제가 생긴 거였다. 보일러가 꽤 오래된 모델이라 부품을 구하는 것도 일이라고 하셨다. 요즘 나오는 가스온수보일러나 전기히트펌프처럼 세련된 장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우리 집 온수를 책임져준 녀석인데 막상 고장 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리비는 대략 15만 원 정도가 나왔는데, 누수탐지기 비용까지 따로 들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낡은 집을 관리한다는 것의 무게

수리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헌집을 고치는 일은 끝이 없다. 어디 하나 막으면 옆에서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게 다반사다. 예전에 도배랑 장판을 새로 할 때 보일러 배관까지 싹 점검했어야 했나 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는 눈앞에 보이는 인테리어만 신경 쓰느라 보일러 같은 설비는 당장 고장 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보일러실 옆에 쌓아둔 짐들을 옮기느라 땀을 한 바가지 흘렸더니 온몸이 쑤셨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는 스스로 변기물통교체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는 만능 집주인이 될 수 있을까 싶지만, 사실 아직은 그냥 전문가가 와서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수리하고 나서 드는 묘한 기분

수리가 다 끝나고 사장님이 보일러를 가동해 보더니 이제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 물이 새던 부위가 깔끔하게 정리된 걸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런데 정작 수리를 끝내고 나니 왠지 모를 불안함이 남았다. 이번에는 밸브 쪽이었지만, 다음에 또 다른 부위에서 물이 새거나 기름보일러 가격이 꽤 나갈 텐데 나중에 아예 교체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요즘 공기열보일러니 뭐니 해서 새로 바꾸면 훨씬 효율이 좋다는데, 당장 큰돈 들이는 것도 부담스럽고 고민이 많다. 그냥 오늘 하루 큰 문제 없이 온수가 잘 나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보일러 말고도 챙길 게 너무 많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은 챙겨야 할 게 너무 많다. 여름철 장마가 오기 전에는 수전 수리나 배수 점검도 해야 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는 단열도 신경 써야 한다. 고쳐드림 사업 같은 게 동네마다 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혼자서 끙끙대다가 결국 전문가를 부르는 게 제일 빠르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 떨게 된다. 오늘은 일단 보일러실 바닥을 닦고 젖은 짐들을 말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시끄럽게 느껴지던 기계음이 오늘은 왠지 평화롭게 들린다. 다음번에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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