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분배기 교체하고 나니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낡은 분배기에서 시작된 일주일간의 소동

이사 온 지 3년쯤 지나니 거실 바닥이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구석이 생겼다. 지역난방을 쓰는 아파트라 그런지 처음엔 그냥 공기 문제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분배기 밸브가 고착되어서 한쪽 방으로만 온수가 안 돌고 있었다. 이참에 큰맘 먹고 지역난방 분배기 교체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동네 설비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는데 비용이 천차만별이었다. 대략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를 부르는데, 결국 40만 원 정도를 제시한 곳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작업하시는 분이 오셔서 낡은 분배기를 떼어내는데, 그 안에서 나온 찌꺼기들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이게 관리가 안 되면 그냥 녹물 덩어리가 되어서 배관을 막고 있었던 거다.

단열 공사와 배관 사이의 묘한 고민

GS칼텍스 같은 곳에서 에너지 취약계층 주거 효율 개선 사업으로 바닥 난방 배관 공사나 단열 공사를 지원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벽체나 천장 단열까지 같이 하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 집은 이미 인테리어를 다 해놓은 상태라 천장을 뜯어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배관만 새로 깔면 바닥이 따뜻해질까 싶어 상담을 받아봤는데, 기존 바닥을 다 들어내야 하는 공사라 엄두가 안 났다. 결국 분배기 교체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스스로도 조금 옹색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롯데건설에서 층간소음 잡는 친환경 바닥재나 차음 팔레트 같은 걸 개발한다는데, 그런 신기술들이 구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배관 소음 때문에 밤잠을 설치다

문제는 분배기를 교체하고 나서부터였다.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미세한 ‘웅-‘ 하는 기계음이 거실 바닥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관 내부의 유속 변화 때문이라는데, 예전 분배기가 워낙 낡아서 꽉 막혀있던 게 뚫리니까 오히려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업체 사장님께 다시 물어보니 가압 설비나 배관 내 공기층 문제일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을 듣고도 딱히 해결책이 없다는 게 더 답답했다. 어떤 날은 소음이 거의 안 들리다가, 또 어떤 날은 밤늦게 배관이 요동치는 소리에 잠을 깰 때도 있다. 이게 수리 과정에서의 미숙함 때문인지, 아니면 노후 아파트의 숙명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펌프 수리와 임시방편의 한계

잠깐이나마 전기온수기를 추가로 설치해서 보조로 쓸까 하는 고민도 했다. 순간전기온수기 설치비용을 알아보니 제품값 포함해서 20만 원 내외면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좁은 다용도실에 펌프 수리까지 겹치면서 공간이 포화 상태가 되어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고 소음과 불편함을 그냥 안고 살기로 마음먹었다. 히팅케이블 같은 걸 깔아서 바닥 온도를 보충해볼까 싶다가도, 괜히 전력 소모만 늘리는 건 아닌가 싶어 관뒀다. 지금은 그냥 거실에 두꺼운 러그를 깔아두는 정도로 소음과 냉기를 견디고 있다.

끝내 해결되지 않은 찜찜함

아직도 가끔은 이 돈을 들여서 분배기를 바꾸는 게 맞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전보다 방은 확실히 따뜻해졌지만, 대신 평온했던 거실에 소음이라는 새로운 불청객이 들어왔다. 누군가는 배관을 다 뜯어고쳐야 완벽하게 해결된다고 하지만, 그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축 아파트에 산다는 건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조금씩 감수하며 살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또 소음이 안 들리길 바라며 그냥 잠자리에 들 뿐이다. 정말 완벽하게 해결되는 방법이 있기는 한 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분배기 교체하고 나니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에 대한 1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