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에서 갑자기 올라온 날
평온한 주말 오후였다. 갑자기 인터폰이 울리더니 관리사무소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아랫집 천장에 물이 샌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결로겠거니 싶었다. 그냥 좀 기다리면 마르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컸다. 하지만 아랫집에서 찍어 보낸 사진을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천장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군데군데 노란 얼룩이 번져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그날부터 일주일 동안 나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혹시나 우리 집 보일러 분배기 문제인지, 아니면 욕실 방수 문제인지 온갖 상상을 다 했다. 누수탐지전문업체라는 곳들을 몇 군데 검색해 보았는데, 다들 하나같이 장비를 들고 와서 바닥을 파헤쳐야 한다는 식의 무시무시한 말들만 늘어놓았다.
업체 선정의 늪과 불확실한 비용
결국 숨고랑 블로그를 뒤져서 근처에서 꽤 오래되었다는 설비업체에 연락했다. 기사님이 오셔서 압력 검사를 하시는데, 그 삑삑거리는 기계음이 그렇게 신경 쓰일 수가 없었다. 누수탐지 비용만 기본 30만 원에서 시작해서, 공사 범위가 넓어지면 배관 교체까지 수백만 원은 우습게 깨질 거라고 했다.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범위를 한참 벗어나는 금액이었다. 당장 큰돈을 쓰려니 손이 떨렸다. 더 싼 곳을 찾으면 야매 공사를 하다가 나중에 더 큰 누수가 생긴다는 주변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결국 그냥 그 기사님께 맡기기로 했는데, 공사 기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가장 괴로웠다. 당장 다음 날 출근은 어떡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바닥을 뜯어내고 보니 보이던 것들
실제로 바닥을 뜯어보니 정말 참담했다. 엑셀 파이프가 노후되어 미세하게 갈라져 있었는데, 그 틈으로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20년 넘은 아파트라 언젠가 터질 문제였다는 말에 위안을 삼으려 했지만, 거실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전기판넬시공이나 방진매트 같은 것들을 새로 알아보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배관을 잇는 거였다. 공사비로만 대략 200만 원 가까이 썼다. 지역난방온도조절기까지 함께 손을 봤는데, 기사님은 이참에 아예 다 바꾸는 게 낫다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다 바꾸고 나니 이제는 다른 곳에서 물이 새지는 않을지 또 걱정이 된다. 이게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 같다.
공사가 끝난 뒤 남은 찝찝함
공사는 무사히 끝났고 아랫집 피해 복구도 보험 처리를 통해 겨우 마무리했다. 그런데 거실 바닥재를 새로 깐 부분이 기존 마루랑 색깔이 미묘하게 다르다. 분명 같은 자재를 구하려고 노력했는데도 세월의 흔적은 어떻게 할 수가 없나 보다. 볼 때마다 마음이 조금 쓰리다. 누수 공사라는 게 끝났다고 해서 마음이 완전히 시원한 건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디서 또 물이 샐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여전히 집구석에 남아있다. 보일러 분배기 밸브를 돌릴 때마다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사람들은 돈 들이면 해결된다고 하지만, 그 해결 과정에서 겪는 피로감이나 집이 엉망진창이 되는 과정은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다음에는 제발 이런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바닥재 색깔 차이라니, 오래된 아파트의 숙명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 신경 쓰게 되네요.
엑셀 파이프 상태가 심각하더라고요. 오래된 아파트의 문제들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20년 넘은 아파트라 그런 문제들이 생기는 게 당연한 거 같아요.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이런 부분에 신경 써야 하니까요.
바닥 뜯어본 거 정말 안타깝네요. 20년 넘은 아파트의 문제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