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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식탁 하나 때문에 부엌 전체를 뜯어고칠 줄은 몰랐다

시작은 그저 조금 넓은 조리대 하나가 필요했을 뿐인데

처음엔 거창한 계획이 아니었다. 그냥 요즘 유행하는 아일랜드 식탁 하나 들여놓으면 요리할 때도 편하고, 간단히 아침 먹기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우리 집 부엌 구조를 생각 안 하고 덜컥 구매부터 한 게 화근이었다. 이케아 원목식탁을 매장에서 봤을 때는 정말 예쁘고 완벽해 보였는데, 막상 우리 집 좁은 부엌에 가져다 놓으니 동선이 꼬여도 너무 꼬였다. 주방 싱크대 끝에서 식탁까지 거리가 60cm도 안 되니 사람이 한 명 지나가기도 벅차더라. 결국 식탁 배치를 고민하다가 기존에 있던 상부장과 싱크대 문짝까지 건드리는 대공사가 시작되었다.

싱크대 문짝 교체와 예상치 못한 견적의 늪

싱크대 상판이 세라믹인 줄 알았는데, 사실 인조대리석이었던 것도 작업하면서 알게 되었다. 업체에서는 싱크대 문짝 교체 비용을 부르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맞추려면 랩핑보다는 아예 새로 제작하는 게 낫다고 했다. 처음에 알아볼 때는 한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웬걸, 자재비랑 시공비를 합치니 200만 원은 우습게 넘어갔다. 단순히 예쁜 카페 같은 부엌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중간에 그냥 그만둘까 고민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이미 뜯어놓은 싱크대를 보고 나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베란다를 홈카페로 만들려다 겪은 냉기 문제

결국 아일랜드 식탁 위치를 주방 안쪽이 아니라 베란다 확장형 창가 쪽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창밖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면 딱 좋겠다는 그림을 그렸는데, 문제는 난방이었다. 베란다 쪽은 원래 난방 배관이 안 들어가 있는 구조라 겨울이 되니 정말 썰렁했다. 세라믹 상판을 올린 아일랜드 식탁은 차가운 기운을 그대로 머금고 있어서, 그 위에 팔만 올려놓아도 온몸이 오싹해졌다. 씽크대 리모델링 비용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추가적인 난방 공사를 하기엔 예산이 바닥났다. 결국 두꺼운 식탁보를 깔고 카페 분위기는 포기한 채 실용성만 챙기게 되었다. 이게 무슨 홈카페인가 싶어 헛웃음만 나왔다.

전체적인 동선과 예산의 불균형

지금 생각해보면 주방 인테리어를 할 때 ‘카페 모카 톤’ 같은 유행을 너무 따랐던 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예쁜 잡지나 SNS 사진을 보면 다들 널찍한 아일랜드 식탁을 두고 여유롭게 요리하던데, 내 주방은 그냥 좁은 공간에 물건만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다. 식탁과 싱크대 사이의 통로를 90cm 이상 확보하라는 글을 나중에야 읽었는데, 이미 공사는 끝난 상태였다. 인테리어 업자가 시공을 다 해놓고 나니, 이제는 가스레인지 불을 켜는 것도 왠지 조심스럽고, 물이라도 튈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게 주방인지 전시용 공간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일단 샀으니 매일 닦으며 쓰는 중

비싼 돈을 들여서 완성한 결과물치고는 만족도가 100%는 아니다. 그래도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서 ‘카페 같다’라고 말해주면, 그동안 고생했던 건 잠깐 잊히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식사 준비를 할 때마다 좁은 통로를 이리저리 피해서 지나다니는 걸 보면, 처음의 그 단순한 결심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매일 깨닫는다. 다음에는 무조건 구조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예산보다 더 여유롭게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사실, 사람이란 게 또 금방 잊어버리는지라 나중에 또 뭘 바꿀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식탁 위에 보호필름이나 깔끔하게 붙여서 오래 쓰는 게 최선인 것 같다.

“아일랜드 식탁 하나 때문에 부엌 전체를 뜯어고칠 줄은 몰랐다”에 대한 3개의 생각

  1. 좁은 공간에 물건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가, 오히려 주방이 답답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집에서 요리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간 활용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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