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가 보이지 않는 집에서의 첫 겨울
이사 온 지 이제 딱 두 달이 넘어가는데, 사실 아직도 우리 집 난방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는 단순히 ‘도시가스 개별난방’이라는 말만 듣고 계약했는데, 막상 짐을 다 풀고 나니 집 어디를 둘러봐도 보일러 본체가 보이지 않는 거다. 보통 싱크대 밑이나 다용도실 구석에 덩그러니 붙어 있어야 할 경동나비엔 같은 브랜드 마크가 보이지 않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복도 쪽 함에 따로 모여 있는 구조였는데, 처음에는 이게 고장이라도 나면 대체 어디를 어떻게 손봐야 하나 싶어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다. 요즘 흔히 말하는 스마트 온도조절기 교체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냥 벽에 붙은 다이얼만 요리조리 돌려볼 뿐이다.
생각보다 길어진 설비업체와의 실랑이
결국 고민 끝에 동네 설비업체를 불렀다. 바닥에서 찬기가 올라오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기사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요즘은 층간소음재가 워낙 두껍게 들어가고 온돌마루 밑으로 배관이 촘촘하게 깔려 있어서, 예전처럼 쉽게 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하셨다. 동파이프가 중간에 어디서 꺾였는지 확인하려면 공사가 커질 수도 있다는 말씀에 덜컥 겁부터 났다. 대략적인 견적을 물어보니 대여섯 군데를 다 뜯어내야 할지도 모른다며 꽤 큰 금액을 부르셨다. 지금 당장 이 큰돈을 들여서 뜯어내는 게 맞나 싶어 그냥 일단 참아보겠다고 돌려보냈다. 사실 지금도 거실 한복판은 따뜻한데 안방 쪽은 미지근해서, 겨울이 깊어지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
온도 조절과 공기의 묘한 싸움
웃긴 건 이 집이 난방 효율은 생각보다 좋다는 점이다. 가끔 너무 더워서 창문을 열어야 할 정도인데, 그럴 때마다 에어댐퍼 조절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끙끙댄다. 가스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무서워서 보일러를 확 꺼버리면, 다시 온기를 채우는 데 시간이 족히 3~4시간은 걸린다. 친구네는 히트펌프나 전기바닥난방을 쓴다는데 그런 건 설치비가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나는 그냥 기존에 있는 배관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든 최적의 온도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어제는 새벽에 너무 추워서 깼다가 온도조절기를 24도로 올렸는데, 정작 따뜻해진 건 아침 출근 직전이었다.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들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수도배관과 난방관이 얽혀 있는 방식이다. 명장들이나 자격증이 많은 사람들은 보일러만 봐도 다 안다던데, 나는 왜 매번 밸브를 열 때마다 이게 온수용인지 난방 순환용인지 헷갈려서 스티커를 붙여두고도 자꾸 까먹는다. 이번 주말에는 진짜 시간을 내서 관리실에 가서라도 제대로 된 도면 같은 걸 요청해볼까 싶다. 무작정 사람 부르는 것보다 관리실 직원이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귀찮음이 앞서서 그냥 전기장판 하나 더 켜고 눕게 된다. 이렇게 겨울을 한 번 보내고 나면 좀 익숙해질까. 아니면 결국 다음에는 보일러가 내 눈에 보이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걸까. 겨울이 지나기 전까지는 이 찜찜한 기분을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