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마다 특정 방만 유독 차갑게 식어버리는 현상
우리 집은 1990년대 후반에 지어진 꽤 오래된 구축 아파트다. 이사 올 때 도배랑 장판만 새로 하고 들어왔는데, 살다 보니 겨울철마다 유독 북쪽에 위치한 작은방 하나가 어찌나 추운지 발을 디디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거실은 보일러를 돌리면 훈훈해지고 안방도 잠자기 딱 좋을 만큼 온도가 올라가는데, 컴퓨터와 철 지난 옷들을 둔 그 방만큼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겨울에는 방 안에서 패딩 조끼를 입고 있어야 할 지경이라 식구들 사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골에 놓는 가정용화목보일러라도 베란다에 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단열 문제인가 싶어 창문에 뽁뽁이도 붙여보고 문틈에 스펀지도 덧대보았지만, 바닥 자체가 전혀 따뜻해지지 않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오래된 아파트배관청소를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배관 내부에 찌꺼기가 쌓여 온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 특정 방만 차가워지는 편난방 현상이 생긴다고 하더라. 우리 집도 한 번도 청소를 안 했을 테니 배관 내부에 녹물과 스케일이 꽉 차서 물길이 막힌 것이 아닐까 하는 강력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보일러 분배기 밸브를 직접 조절해보며 겪었던 시행착오
전문 업체를 부르기 전에 나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유튜브와 블로그를 샅샅이 뒤졌다. 다들 싱크대 밑에 있는 보일러분배기를 찾아서 자주 안 쓰는 방의 밸브를 잠그고, 추운 방으로 가는 보일러분배기밸브만 열어두면 온수가 집중되어 방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싱크대 문을 열고 프라이팬과 냄비들을 전부 끄집어내니 구석에 낡은 분배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묵은 먼지와 정체 모를 얼룩으로 가득한 밸브들을 만지려니 덜컥 겁부터 났다. 초록색으로 부식된 황동 밸브를 손으로 힘주어 돌리는데,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뻑뻑해서 잘 돌아가지도 않았다. 싱크대 밑 좁은 공간에서 머리를 들이밀고 힘을 쓰다 보니, 낡은 싱크대부속들이 흔들리며 하수구 쪽에서 쾌쾌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냄새 차단용 하수구트랩이라도 먼저 설치해야 하나 고민하며 밸브를 억지로 몇 개 만져보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문제의 작은방 바닥은 여전히 얼음장 같았다. 오히려 무리하게 밸브를 돌리다가 노후된 배관이 터져서 물바다가 되거나 밸브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더 큰 비용을 들여 보일러수리를 해야 할 것 같아 결국 셀프 해결은 포기하고 전문가를 찾기로 했다.
대기업 홈케어 서비스와 사설 업체의 견적 비교 과정
본격적으로 보일러배관청소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았다. 숨고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개인 설비 업체들은 보통 평수에 따라 비용을 책정했는데, 우리 집 같은 24평형 아파트는 대략 8만 원에서 10만 원 선의 가격을 제시했다. 가격적인 면에서는 사설 업체가 끌렸지만, 혹시라도 청소 도중 고압 장비 때문에 오래된 배관이 손상되어 누수가 생기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중 마침 롯데하이마트에서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홈클리닝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봄맞이 행사로 수도관청소와 보일러 배관 청소 서비스를 동시 구매하면 10% 할인을 해주는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었다. 단품으로 보일러 배관 청소만 신청할 경우 약 13만 원대 정도였는데, 사설 업체보다는 확실히 몇만 원 더 비쌌지만 대기업의 책임 보장과 전문적인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결국 하이마트 서비스를 예약하기로 결정했다. 어설프게 아꼈다가 물난리가 나서 아랫집 도배까지 새로 해주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었다.
배관 청소 작업 당일 지켜본 녹물 배출 과정과 소음
예약한 날짜에 기사님이 커다란 전용 장비와 여러 개의 호스를 들고 방문하셨다. 장비를 싱크대 밑 배관과 욕실 배수구 쪽으로 길게 연결하는 작업부터 시작되었다. 기계 전원을 켜자마자 집안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웅웅거리는 진동과 꽤나 날카로운 기계 소음이 발생했다. 아파트 이웃들에게 혹시라도 시끄러울까 봐 앞베란다 문을 서둘러 닫았다. 기사님이 장비를 조작하며 분배기 밸브를 하나씩 열자, 화장실 배수구로 연결된 호스 끝에서 짙은 갈색의 탁한 녹물과 함께 정체 모를 검은 가루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배관 안에 갇혀 있던 찌꺼기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도 잠시, 저 더러운 물이 계속 바닥 밑을 돌고 있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강해서 혹시라도 화장실 바닥 타일이나 화장실변기부품 틈새에 녹물이 스며들어 변색되지 않을까 염려되어 청소 중간중간 바닥에 샤워기로 물을 계속 뿌려주어야 했다. 작업은 예상보다 지체되어 거의 2시간 30분이 걸려서야 배관에서 맑은 물이 나오기 시작하며 끝이 났다. 기사님은 배관 내부에 에어가 가득 차 있고 찌꺼기가 많아서 그동안 방바닥이 따뜻해지기 어려웠을 거라고 하셨다.
청소 작업이 끝난 후 방바닥 온도의 애매한 변화와 남은 고민들
기사님이 철수하신 뒤 잔뜩 기대를 품고 보일러 온도를 높여 가동해 보았다. 한 시간쯤 지나 바닥에 손을 대보니 거실과 안방은 이전보다 확실히 온기가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진 듯했다. 그러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장 문제였던 작은방 문을 열고 바닥을 만져보았을 때, 솔직히 말해서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예전처럼 완전히 발이 시릴 정도의 얼음장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다른 방들에 비하면 미지근하다 못해 서늘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배관 내부에 쌓여 있던 찌꺼기들을 전부 씻어내어 흐름은 좋아졌을지 몰라도, 결국 이 방의 진짜 문제는 배관 막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외벽과 맞닿은 벽면의 단열재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거나, 오래된 알루미늄 샷시 틈새로 황소바람이 들이치는 외풍 문제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비용을 10만 원 이상 지불해가며 대대적으로 청소까지 마쳤는데도 근본적인 추위가 해결되지 않으니 허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샷시 전체를 새로 바꾸거나 방 단열 공사를 다시 하자니 일이 너무 커져 버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올해 남은 겨울도 그냥 문틈에 문풍지를 덕지덕지 붙이고, 작은 라디에이터나 온수 매트 하나를 사서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돈은 돈대로 쓰고 여전히 방은 추우니 배관 청소를 한 것이 잘한 선택이었는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거실과 안방이 따뜻해진 건 좋았는데, 작은방은 여전히 그렇네요. 외풍 때문에 이런 문제 생기는 거 보면 집 구조가 중요한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