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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거실이 싸늘해져서 보일러 뚜껑을 열어봤다

어제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공기가 썰렁했다. 평소 같으면 현관 문을 열자마자 훈훈한 온기가 느껴져야 정상인데, 외투를 벗기도 전에 코끝이 시린 느낌이 들었다. 거실 온도 조절기 화면을 보니 실내 온도가 18도에 멈춰 있었다. 분명 아침에 24도로 맞춰두고 나왔는데, 숫자가 그대로인 걸 보고 속으로 ‘아,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낡은 베란다 구석의 골칫덩어리

우리 집 베란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보일러는 정말 오래됐다. 이사 올 때부터 ‘이건 조만간 고장 나겠구나’ 싶었던 모델인데, 역시나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가끔 덜컹거리는 소리만 났는데, 어제는 아예 조용했다. 보통은 기계가 돌아가는 낮은 웅웅거림이 들려야 하는데, 귀를 바짝 대고 들어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가스 밸브를 확인해 봐도 잠겨 있지는 않고, 전원 플러그를 뺐다가 다시 꽂아봐도 액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10년이 넘은 모델이라 경동나비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도, 어차피 수리비가 새로 사는 값의 절반은 나올 것 같아서 주저하게 된다.

일단 카페에 물어보고 검색부터 했다

결국 보일러 카페에 가입해서 비슷한 증상을 검색해 봤다. 다들 하는 말이 일단 모델명부터 확인하고 전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하더라. 어떤 분은 보일러 바닥 누수 때문에 전원이 아예 차단된 적이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바닥을 훑어봤는데 다행히 물기는 없었다. 사실 나는 아파트 개별난방으로 바꿀 때 귀뚜라미 보일러 가격도 알아봤던 적이 있다. 그때 대충 8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 돈을 들이느니 그냥 참자 싶어서 지금까지 버틴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짓이다. 매달 가스비는 가스비대로 많이 나오는데, 효율은 떨어지고 정작 필요할 때 말썽이니 말이다.

전문가를 부를지 말지 고민하는 밤

밤 10시가 넘어서 서비스 기사님을 부르기도 애매했다. 주말이나 평일 낮이라면 모를까, 이런 시간에 부르면 출장비에 야간 할증까지 붙을 텐데, 그 비용이면 차라리 당장 핫팩을 더 사서 버티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속물적인 계산이 자꾸 들었다. 사실 지난달에 친구가 무인카페 창업한다고 머신 보일러 이야기를 하던 게 기억나서, 잠시 그쪽으로 대화가 샜는데, 사람 사는 집 온수 보일러랑 커피 머신 보일러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커피 기계는 그라인더가 마모되거나 압력이 안 맞으면 맛이 없는 수준이지만, 이건 당장 생존과 관련된 문제니까.

왠지 내일도 냉방에서 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일 반차를 쓰고 기사님을 불러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지역난방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거기 가면 스카이라운지니 게스트하우스니 부대시설은 좋아도 결국 내 손으로 고칠 수 없는 복잡한 설비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 아닐까. 어제는 추위에 떨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보일러가 고장 난 건 분명 짜증 나는 일인데, 막상 고치려고 하니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가격대는 적당한지,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지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확실하지 않은 수리 예감

기사님이 오신다고 해서 100% 고쳐진다는 보장도 없다. 작년에 에어컨 수리할 때도 부품 없다고 일주일 넘게 기다렸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안 들리니 여전히 불안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거실 온도가 18도 그대로여서, 찬물로 세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만 같다. 그저 단순히 코드 접촉 불량이었으면 좋겠는데, 왜 항상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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