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거실 한복판에 있는 보일러 분배기 쪽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인데, 처음에는 그냥 어디서 물이 튀었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근데 바닥을 보니까 장판 밑으로 물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요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서 난방을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이럴 때 문제가 터지나 싶어 짜증이 확 올라왔다. 작년에 이사 올 때 전 주인이 보일러는 새로 교체했다고 해서 크게 신경 안 썼는데, 역시 배관이랑 분배기 쪽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물부터 닦았다
걸레를 가져와서 바닥을 닦는데 끝이 없었다. 분명 조금만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보일러 컨트롤러를 만져보니까 미세하게 압력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친구네 집에서 보일러 배관 터졌을 때 누수탐지기 업체 불러서 바닥 다 깨고 난리도 아니었던 기억이 스쳤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먼지랑 공사 기간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분배기 밸브 쪽 연결 부위에서 물이 새는 것 같아서, 일단 메인 밸브를 잠그고 지켜보기로 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당장 업체를 부르기도 애매해서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리 아파트가 좀 오래된 편이라 이런 일이 종종 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면 보통은 ‘사설 업체 불러서 해결하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저번에 수도계량기 교체할 때도 딱 그랬다. 막상 배관 수리하려고 알아보니, 요즘은 울산이나 전주 같은 곳에서 보일러 교체 비용이 8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까지 부른다고 하던데, 이건 단순 수리 수준에서 끝날지 아니면 전체를 다 갈아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누수탐지기 업체들 블로그를 좀 찾아봤는데, 하나같이 ‘방치하면 대형 사고’라고 겁을 주는 내용뿐이라 더 불안해졌다.
엑셀 파이프인지 뭔지 봐도 모르겠다
분배기 커버를 열어보니 안에 엑셀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예전에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이게 엑셀인지 PB 배관인지 봐도 잘 모르겠다. 그냥 밸브 틈새로 물이 배어 나오는 거 보면 고무 패킹 문제인지, 아니면 나사가 헐거워진 건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막상 손을 대려니 덜컥 겁이 났다. 섣불리 돌리다가 아예 배관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답이 없을 것 같아서 다시 덮개를 닫았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처음에는 직접 고쳐보겠다고 몽키스패너를 찾다가도, 조금만 복잡해 보이면 바로 포기하게 된다.
결국 내일 오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밤새 물이 더 새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몇 번이나 거실로 나가 확인했다. 다행히 밸브를 잠가놓으니 더 이상 물은 안 생기는 것 같은데, 난방이 안 되니까 집안 공기가 금세 서늘해졌다. 이게 참 딜레마다. 그냥 적당히 조여서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는데, 내가 굳이 업체를 불러서 몇십만 원을 날려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며칠 동안 난방도 못 하고 추위에 떨 순 없으니 결국 내일 아침 일찍 지역 설비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아파트 베란다 천장 누수 같은 건 그래도 위층 문제라고 따질 수라도 있지, 이건 내 집 분배기 문제라 온전히 내 돈 들여 고쳐야 한다는 게 제일 짜증 난다.
고치고 나서도 찜찜할 것 같다
만약 내일 고친다고 해도 과연 제대로 된 수리가 될지 모르겠다. 예전에 욕실 수리했을 때도 몇 달 뒤에 또 같은 부위에서 물이 새서 다시 불렀던 적이 있었다. 수리라는 게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 같다. PE정화조나 스프링클러 설치처럼 큰 공사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일 기사님이 와서 상태를 봐야 알겠지만, 제발 배관 전체를 다 갈아야 한다는 소리만 안 했으면 좋겠다. 그저 밸브 하나 교체하거나 패킹만 바꾸고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나네요. 배관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제일 답답하더라고요.
분배기 쪽에서 물이 새는 건 정말 짜증나겠네요. 엑셀로 파이프를 확인하려다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직접 닦아서 상황을 좀 덜 나쁘게 만든 게 인상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