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오후에 갑자기 울린 전화 한 통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아주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는데, 윗집이 아니라 아랫집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그냥 층간소음 문제인가 싶어서 조금 긴장한 상태로 전화를 받았는데, 내용은 전혀 달랐다. 안방 천장 벽지가 젖어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우리 집 보일러 배관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사실 그전부터 우리 집 보일러 압력이 자꾸 낮아져서 귀뚜라미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10만 원 안팎이면 구동기나 간단한 부품 교체로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누수 문제로 커질 줄은 정말 몰랐다.
짐 다 빼고 진행하는 누수 탐지의 현실
결국 전문 업체를 불렀다. 동네에서 좀 한다는 분을 수소문해서 불렀는데, 오시자마자 수도 계량기부터 확인하더라. 다행히 수도 쪽은 아니었고, 보일러 난방 배관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물이 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누수 위치를 찾으려면 방바닥을 여기저기 찔러봐야 한다는데, 우리 집 안방이랑 작은방 짐을 다 밖으로 빼내야 했다. 거의 이사 수준으로 짐을 옮기느라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옮기면서 ‘그냥 아파트 살 때 미리 점검 좀 받을걸’ 하는 후회만 수십 번 했다. 누수 탐지기라는 기계도 처음 봤는데, 바닥에 대고 소리를 듣는 게 마치 옛날 청진기 같기도 하고 무척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불안했다.
견적과 비용 사이의 끝없는 줄다리기
공사비용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말을 잃었다. 단순히 배관 한두 군데 때우는 게 아니라, 오래된 배관 전체를 다 손봐야 할 수도 있다는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처음에는 100만 원 정도면 되겠지 싶었는데, 바닥 파쇄하고 배관 교체하고 미장까지 새로 하는 비용을 합치니까 금액이 300만 원을 훌쩍 넘어가더라. 게다가 아랫집 천장 도배 비용까지 따로 들어간다고 하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다행히 가입해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떠올라서 부랴부랴 약관을 확인했는데, 이게 또 보상이 되는지 안 되는지 보험사 상담원과 통화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서류 준비하라는 게 왜 이렇게 복잡한지, 사진 찍어서 보내고 견적서 받고, 보험금 청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 같았다.
업체와의 소통에서 느낀 묘한 피로감
공사를 맡긴 사장님은 친절하셨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배관을 뜯어보니 생각보다 노후화가 심해서 부분 수리가 어렵고 전체를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처음 견적에서 한 50만 원 정도 더 추가가 된다는데, 여기서 더 깎아달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알겠다고 했다. 이럴 때 보면 전문가랑 일반인 사이의 정보 격차가 참 크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배관을 만져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업체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데, 이게 정말 필요한 공사인지 아니면 조금 과한 건지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짐
공사는 3일 만에 끝났다. 바닥 미장한 곳이 마를 때까지 며칠은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거실 생활을 했다. 지금은 아랫집 도배까지 다 마무리되었고 더 이상 물이 샌다는 연락은 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다. 보일러 가스비가 예전보다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한데, 이게 공사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늘 따라다닌다. 한 번 누수를 겪고 나니 이제는 천장에 조그만 얼룩만 보여도 예민해진다. 보험금은 생각보다 적게 들어왔고, 나머지 비용은 고스란히 내 통장에서 나갔다. 모든 일이 끝났지만,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보일러 배관 때문에 걱정이 크셨군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불안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