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건식 온수 난방이 그렇게 간단해 보였다
작은방 하나를 서재로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난방이었다. 어차피 보일러를 전체적으로 건드릴 형편은 안 되고, 그렇다고 전기판넬을 깔자니 그 특유의 건조함과 전자파 걱정이 싫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건식 온수 난방이었다. 유튜브를 좀 찾아보니 EPDM 호스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판넬을 덮으면 끝이라길래, 솔직히 이틀이면 다 끝날 줄 알았다. 자재 주문하고 주말에 뚝딱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물건을 받고 보니 무게부터가 장난이 아니었다. 배송된 온수 판넬 뭉치를 3층까지 올리는 것만으로도 토요일 오후가 다 가버렸다. 이게 생각보다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혼자 옮기다가 복도 벽을 살짝 긁어먹었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왠지 불안했다.
엑셀 파이프 돌리기와 생각보다 많은 변수들
방 크기에 맞춰서 호스를 배치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예쁘게 굽혀지질 않는다. 엑셀 파이프는 힘이 좋아서 조금만 방심하면 통통 튀어 올라온다. 고정 클립을 박아야 하는데, 바닥 상태가 일정하지 않으니 어떤 곳은 잘 박히고 어떤 곳은 그냥 헛돌았다. 결국 바닥을 다 뜯어내고 평탄화 작업을 먼저 했어야 했나 싶었지만, 이미 판을 벌여놓은 상태라 되돌릴 수도 없었다. 중간에 파이프 길이가 애매하게 모자랄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며 연결했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은 다들 너무 깔끔했는데 내 방바닥은 무슨 미로처럼 호스가 엉망으로 얽혀 있었다. 땀은 비 오듯 흐르는데, 과연 이게 물이 새지 않고 잘 돌아갈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전기 보일러 가격과 숨겨진 설치비의 현실
보일러는 그냥 적당히 중고나 저렴한 제품을 사려고 했는데, 막상 보러 다니니 전기보일러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내가 산 건 대략 40만 원대 초반의 모델이었는데, 정작 문제는 설치였다. 분배기를 새로 연결하고 순환 펌프가 제대로 도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진짜 고역이었다. 누수가 생길까 봐 몇 번을 조이고 확인했는지 모른다. 계량기를 보고 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지 관찰하는데, 그 긴장감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 안다. 업체를 부르면 시공비만 50만 원은 훌쩍 넘는다길래 억지로 버텼지만, 다음에 또 하라고 하면 글쎄, 아마 바로 전문가를 부를 것 같다.
전기세 고지서가 나오기 전까지의 막연한 불안함
결국 공사를 마치고 보일러를 돌려봤다. 따뜻해지긴 정말 따뜻하다. 예전에 썼던 전기장판이랑은 비교가 안 되는 은근한 온기가 올라온다. 다만, 이게 과연 전기세 폭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시질 않는다. 누진세라는 게 무서워서 지금은 보일러 최고 온도를 40도로 맞춰놓고 거의 끄다시피 지낸다. 난방 설정이 65도까지 가능하다는데, 그걸 켜면 방은 따뜻하겠지만 마음이 편할 것 같지 않다. 사실 이럴 거면 그냥 바닥 미장을 새로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추위를 참고 살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다 끝났는데 왜 마음이 찜찜할까
공사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방은 따뜻하고 발바닥은 뜨끈한데, 뭔가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남겨둔 기분이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외풍을 다 막지 못해서 방 안은 훈훈한데 공기는 차갑다. 이게 내가 원했던 완벽한 서재의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다. 남들이 다들 건식이 좋다, 간편하다 말하지만, 그건 아마 다 업체에 맡겼을 때의 이야기일 거다. 내 손으로 직접 엑셀 파이프를 깔고 낑낑거렸던 기억 때문에 당분간은 방바닥만 봐도 한숨이 나온다. 다음번에는 꼭 사람을 써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통장 잔고를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전기장판 생각도 안 해봤는데, 바닥 미장을 새로 할 걸 그랬나 싶네요. 특히 누진세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