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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파헤치던 날의 기억

시작은 그저 미세한 누수였을 뿐

아랫집 천장에 얼룩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판이 커질 줄은 몰랐다. 처음엔 단순히 화장실 방수 문제겠거니 싶었다. 전 집주인이 계약 전에 화장실 쪽 배관 공사를 한 번 해줬다고 들었기에 더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관리실에서 다녀가더니 하는 말이 방바닥 난방 배관에서 미세하게 물이 새고 있는 것 같다는 거다. ‘미세’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섭게 다가올 줄이야. 보일러 분배기를 잠그면 압력이 유지되는데, 열어두면 바늘이 아주 조금씩 떨어진다. 결국 바닥을 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콘크리트 홈파기 소음은 상상 이상

공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콘크리트 홈파기 공법으로 진행했는데, 아파트 전체가 울리는 듯한 소음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웠다. 예전에 아파트 층간소음 방지나 진동 측정 같은 건 뉴스에서나 봤지, 내 집에서 이런 소리가 날 줄은 몰랐다. 먼지는 또 어떻고. 비닐로 꽁꽁 싸맸지만 미세한 가루가 온 집안을 뒤덮었다. 작업자분들이 오셔서 슥슥 파내는데 그 소리가 마치 내 신경을 긁어내는 것 같았다. 3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결국 며칠간은 짐을 다 빼고 밖에서 지내야 했다. 그때 들었던 비용이 대략 300만 원 선이었는데,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새로운 보일러 시스템에 대한 고민

공사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다 뜯어내고 요새 광고하는 일체형 히트펌프 보일러 같은 걸 설치하면 어땠을까 하는. 오텍캐리어 같은 곳에서 나오는 캐리어 AI 보일러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냉매 배관 공사 없이 일체형으로 나온다고 했다. 가스보일러보다 에너지 비용이 65% 정도 절감된다는 말에 혹했지만, 이미 바닥을 다 파헤쳐 놓은 상태라 이제 와서 바꾸기엔 늦었다. 설치 편의성이 높다는 그 문구를 보며 속으로 얼마나 배가 아팠는지 모른다. 진작 알았더라면 바닥 전체를 뒤엎는 대공사 대신 다른 선택지를 고민해 봤을까.

끝나지 않은 찜찜함

공사가 끝나고 바닥을 다시 덮었다. 아랫집 누수는 잡혔다는데, 막상 우리 집 거실에 앉아 있으면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예전처럼 맘 편히 보일러 온도를 높이지 못하는 습관이 생겼다. 바닥 아래에 심어놓은 배관이 다시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까, 콘크리트를 채워 넣은 부분이 나중에 갈라지진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들 말이다. 단열재를 어떻게 채웠는지, 제대로 된 자재를 썼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 층간소음 방지 재료가 들어갔다고는 했지만, 예전보다 발소리가 더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이건 공사 트라우마겠지.

여전히 물음표로 남은 난방의 미래

지금도 가끔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일체형 구조’라는 게 정말 그렇게 편리한 건지, 아니면 결국 그 시스템도 언젠가는 누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지 궁금하다. 누군가 나에게 난방공사를 다시 하겠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돈이 얼마가 들었든,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나 썼든, 집이라는 공간은 한번 뜯어내고 나면 예전의 그 평온함을 다시 찾기까지 참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오늘도 보일러 온도 조절기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 이게 최선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바닥을 파헤치던 날의 기억”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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