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파이프 하나 사러 가는 길의 무거운 발걸음
거창하게 인테리어 업체를 부르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고, 딱 작은 방 하나만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게 화근이었다. 부산 구석에 있는 오래된 건재상들을 훑다가 겨우 엑셀파이프를 파는 곳을 찾았다. 온라인으로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도면도 없이 가서 배관 길이를 말하려니 사장님이 혀를 쯧쯧 차신다. 대략 20미터 정도면 되겠지 싶어 넉넉히 집어 왔는데, 이게 트럭이 없으니 차 뒷좌석에 쑤셔 넣느라 꼬이고 난리가 났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파이프가 꺾인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가서 교체하고 오느라 반나절을 다 보냈다. 처음부터 치수를 정확히 재고 갔어야 했는데, 그놈의 귀차니즘이 3만 원짜리 파이프를 사러 두 번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석고보드랑 판넬 나르다 든 쓸데없는 생각
건식난방 시스템을 깔기로 결정한 건 순전히 내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근데 석고보드를 차에 싣고 엘리베이터에 집어넣는 과정은 정말이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일반적인 건축자재 도매상에서 물건을 받아오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게가 상당하다. 층수까지 옮기는데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특히 좁은 계단에서 판넬 모서리 찍힐까 봐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이 참 애처로웠다. 부산 어느 지역은 배송비만 5만 원을 부르길래 직접 실으러 갔는데, 그 5만 원 아끼려고 고생한 걸 생각하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었다. 땀은 비 오듯 흐르고 손에는 석고 가루가 가득 묻었는데, 옆집 사람이 쳐다보니까 괜히 쑥스럽더라.
난방 필름 설치할 때 느꼈던 미묘한 불안감
바닥 온기를 잡겠다고 전기온수판넬을 깔기 시작했는데, 설명서대로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게 문제였다. 사실 전기 자재는 조금만 잘못 연결해도 나중에 큰일 날 것 같아서 계속 신경이 쓰인다. 배선 하나 연결할 때마다 이게 맞나 싶어서 유튜브 영상을 십수 번 돌려봤다. 예전에 인테리어 업체들이 하는 건 그냥 뚝딱뚝딱 하는 것 같았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나사 하나 조이는 것도 불안해서 땀이 났다. 특히 연결부위 마감재를 붙일 때 기포가 생기면 나중에 물이 새거나 합선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따뜻하긴 한데, 밤에 자다가도 ‘혹시 전기가 새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가끔 한다.
발해하우징 같은 곳에서 미리 자재를 챙겼더라면
결국 이런저런 자재를 사러 다니면서 느낀 건, 그냥 처음부터 부산에 있는 전문 자재상이나 제대로 된 업체에 한 번에 맡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았겠다는 점이다. 물론 돈은 아꼈다. 대략 50만 원 정도 예산 안에서 다 해결했으니까. 하지만 들어간 시간과 체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글쎄, 과연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발해하우징이나 규모가 큰 곳들은 자재 리스트를 짜주기도 한다는데, 왜 그때는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졌는지 모르겠다. 광주까지 가서 목재를 구해올 필요까진 없었지만, 그래도 동네 건재상에서 파는 자재들의 퀄리티 차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끝은 났는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기분
지금 바닥은 아주 뜨끈뜨끈하다. 내가 직접 고생해서 그런지 더 따뜻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가끔 방 한구석을 밟으면 아주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석고보드 밑에 뭐가 들어갔거나 수평이 안 맞은 모양이다. 다시 다 뜯어내고 작업할 자신은 도저히 없다. 그냥 그 부분은 양탄자를 깔아서 덮어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전문가가 한 것처럼 완벽하게 마감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으니까 이 정도면 성공한 셈 치려고 한다. 다음번에 또 인테리어를 한다면? 그때는 정말 그냥 돈 주고 맡길 것 같다. 이게 다 경험이라고 하기엔 너무 몸이 고된 시간이었다.

층수 옮길 때 허리 아픈 거 진짜 공감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며칠 쉬어야 했거든요.
석고보드 밑에 뭐가 들어갔을까, 정말 신경 쓰이네요. 직접 뜯어내는 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