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안방 바닥 배관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계획에 없던 거실 바닥 다 뜯어내기

처음엔 그냥 안방 쪽 싱크대 배수 트랩이 좀 샌다고 생각했다. 그냥 물이 찔끔거리는 수준이라 대충 실리콘이나 감아볼까 했는데, 이게 웬걸. 알고 보니 바닥 아래쪽 배관에서 슬금슬금 물이 타고 들어간 거였다. 윗집인지 우리 집 배관인지 구분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일단 사람을 불렀다. 부산에 있는 배관 설비 업체 두어 곳에 전화해보니 당장 와서 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해서 결국 며칠을 기다렸다. 오신 분이 장비를 가져와서 대충 보더니, 여기저기 바닥을 까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거실 바닥까지 들추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화마루 걷어내고 마주한 시멘트의 냄새

거실에 깔려있던 강화마루를 뜯어내는데 마음이 다 아팠다. 한 3년 전에 큰맘 먹고 직접 깔았던 거라 더 그랬나 보다. 뜯어내니까 그 아래로 먼지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배관이 지나가는 길을 찾으려고 시멘트를 깼는데, 진짜 무슨 공사장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더라. 요즘 SPC 돌마루 같은 걸로 바꿀까 고민하다가도, 막상 바닥을 까놓고 보니 이걸 언제 다 복구하나 싶어서 눈앞이 캄캄했다. 배관은 낡아서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고, 그 사이로 물이 배어 나오는 걸 직접 보니까 왜 그렇게 곰팡이 냄새가 났는지 이해가 갔다.

전기보일러와 히트펌프 사이에서 잠깐 고민하다

바닥 공사를 하는 김에 난방을 아예 좀 바꿀까 싶어 이것저것 찾아봤다.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EHS 올인원 같은 히트펌프 이야기도 어디서 들었는데, 실외기 하나로 냉방이랑 바닥 난방까지 다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아파트 구조상 실외기 놓을 자리도 좁고, 이미 에어컨도 따로 있는데 굳이 큰돈을 들여서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견적을 대충 내보니 꽤 비싸서 금방 마음을 접었다. 그냥 기존 보일러 고쳐서 쓰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이참에 전기보일러라도 하나 둬야 하는 건지 현장 아저씨랑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론은 그냥 원상복구가 제일 싸고 빠르다는 것이었다. 결국 새로운 기술은 그냥 뉴스에서나 보는 게 맞나 싶더라.

스프링클러 배관과 소방 설비의 압박

난방 배관이랑 엉켜있는 소방 배관도 문제였다. 이거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난다고 아저씨가 신신당부했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스프링클러 누수 사건이 자꾸 생각나서 밤에 잠도 잘 안 왔다. 공사 시간은 자꾸 길어지고, 며칠 동안 짐은 거실 한복판에 다 쌓아두고 생활하려니 정말 불편했다. 보통 배관 공사는 하루면 끝날 줄 알았는데, 시멘트 양생하고 마루 새로 깔고 하면 족히 3~4일은 걸린단다. 그동안 먼지 마시면서 지내는 게 정말 고역이었다.

다 끝난 것 같지만 아직 찝찝한 이유

마무리 작업은 생각보다 서둘러서 끝냈다. 강화마루를 다시 다 붙일 수도 없어서 몇 장은 새로 사서 끼워 맞췄는데,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서 볼 때마다 신경 쓰인다. 배관 공사 비용으로만 거의 200만 원 가까이 썼다. 그냥 놔뒀으면 더 큰 사고가 났을까, 아니면 공연히 돈만 쓴 걸까. 지금도 가끔 보일러 돌릴 때 바닥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귀를 기울이곤 한다. 공사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거실 한쪽 바닥은 발을 디딜 때마다 살짝 울리는 느낌이다. 이게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마감이 덜 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지내야 할 것 같다.

“안방 바닥 배관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