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오래된 아파트 바닥을 다 들어내고 배관을 바꾸면서 느낀 몇 가지 곤란한 일들

90년대 지어진 아파트의 동배관 누수 우려와 공사 결정 과정

부모님이 물려주신 1990년대 중반 분당의 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살기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해 겨울이었다. 유독 안방 구석 쪽 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반대로 거실 한쪽만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현상이 몇 달간 지속됐다. 겨울철 보일러 온도조절기 화면에 가끔 물 보충 에러 코드가 뜨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동네 설비 업체를 불러 싱크대 밑을 열어보니 구리로 된 분배기는 이미 푸른 녹이 잔뜩 슬어 있었고, 배관 자체도 오래된 동배관이라 미세한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동배관을 그냥 부분적으로 용접해서 쓸 것인가, 아니면 큰돈이 들더라도 아파트배관공사를 전체적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부분 보수만 했다가 나중에 아랫집 천장으로 물이 새서 수백만 원의 도배 비용을 물어주는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큰맘 먹고 바닥을 다 뜯어내는 수도배관교체공사까지 세트로 묶어서 한 번에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철거 첫날부터 시작된 층간소음 민원과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

공사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업체에서는 공사 기간을 철거부터 미장 건조까지 꼬박 5일로 잡았는데, 첫날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착암기 소음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단단하게 굳은 콘크리트 바닥을 깨부수는 진동이 아파트 뼈대를 타고 아래위층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우리 집이 6층인데 1층 필로티 입구와 꼭대기 층까지 그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경비실을 통해 들어오는 민원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일하시는 인부들의 눈치도 보였다. 미안한 마음에 이웃집들을 돌며 음료수를 돌렸지만, 이웃들의 찌푸린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심리적 소모가 컸다. 게다가 복도식 아파트 특성상 엘리베이터가 하나뿐이고 크기도 좁아서, 철거로 나온 엄청난 양의 폐콘크리트 마대를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이웃 주민들의 출퇴근 동선과 겹쳐 계속해서 눈치를 봐야 했다.

XL배관과 EPS단열재로 바닥을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의 선택들

기존의 낡은 동배관을 전부 걷어낸 자리에는 요즘 가장 대중적으로 쓴다는 XL배관을 깔기로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히트파이프 같은 최신 공법을 적용해 열전도율을 높이는 방식도 있다고 해서 솔깃했으나, 현장 소장님은 일반 가정집에는 하자가 적고 가격이 합리적인 XL배관이 가장 무난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배관을 깔기 전에 바닥에 두툼한 EPS단열재를 얹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단열재가 아래층으로 열이 뺏기는 것을 막아주고 층간소음도 아주 미세하게나마 잡아준다고 했다. 단열재 두께 때문에 바닥 높이가 지나치게 올라가 문이 안 닫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소장님은 미장 두께를 얇게 잡으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전체 철거와 배관 설치, 그리고 단열재 작업까지 포함해 총 공사 비용은 약 680만 원이 들었다. 큰 지출이었지만 배관 사이에 촘촘하게 메워지는 자재들을 보며 부실공사만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분배기와 온도조절기 교체 후 발생한 미세한 밸브 조절 문제

배관 공사를 하면서 싱크대 아래쪽의 낡은 분배기교체와 함께 거실의 온도조절기교체도 동시에 진행했다. 매번 수동 밸브를 돌려가며 온도를 맞추던 불편함에서 벗어나 디지털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어 내심 기대가 컸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고 이틀째 되던 날, 분배기 위쪽의 공기 빼는 장치인 에어스프링 밸브 근처에서 미세한 누수가 발견됐다. 물방울이 한 방울씩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바람에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으나, 싱크대 밑 바닥에 깔아둔 신문지가 젖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결국 설비 기사를 다시 불러 밸브 나사선에 테프론 테이프를 더 감고 스패너로 꽉 조이는 재작업을 거쳐야 했다. 기껏 돈을 들여 새것으로 교체했는데도 이런 사소한 틈새에서 문제가 생기니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미묘한 굴곡

시멘트 미장 반죽이 완전히 마르는 데는 꼬박 사흘의 시간이 필요했다. 집안 온도를 너무 높이면 시멘트가 깨질 수 있다고 해서 아주 미지근한 온도로 보일러를 켜둔 채 기다려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온 집안에 진동하는 축축한 흙먼지와 시멘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루를 다시 깔고 가구들을 제자리에 들여놓았지만, 맨발로 걸어 다닐 때마다 묘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평평했던 거실 모퉁이와 안방 문지방이 있던 자리가 미세하게 경사지거나 울퉁불퉁하게 마감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사업체 측에서는 콘크리트가 마르면서 미세한 수축이 생겨 그렇다고 하는데, 살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큰 비용을 지불하고 며칠 동안 소음과 민원에 시달리며 고생한 것에 비하면, 깔끔한 만족감보다는 앞으로 또 어디서 누수가 터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오래된 아파트 바닥을 다 들어내고 배관을 바꾸면서 느낀 몇 가지 곤란한 일들”에 대한 4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